정글의 출발선에서

2025. 3. 14. 13:50·크래프톤 정글/마이 정글(WIL, 에세이)

정글의 출발선에 서기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부끄러움인 것 같습니다. '매일 거울에서 마주치는 나인데, 과연 뭘 더생각해야 할까? 낯간지럽다!' 그런 느낌. 그런데 이미 내가 나를 잘 알고 싶고 있다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보다 나를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파일럿의 꿈을 가지고 항공시스템공학과에 입학했을 때 이렇게 정글에서 에세이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지를 알았을까요? 전혀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나의 미래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아 이 길은 나랑 전혀 안 맞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때는 이미 시기가 많이 늦어 있었습니다. 차마 그만둘 용기는 없었고 그렇게 어영부영 졸업 하고 들어간 공군 장교훈련소에 들어가서야 못하겠다 싶어서 빡빡머리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지요.

 

막 집에 돌아왔을 때 저는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제 모습을 본 부모님의 심정은 어떠셨을까요? 매일매일 '아 나오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했고, '이 과를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고 그저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표류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상태에서도 군대는 다시 가야 했고 육군 병사로 1년 6개월을 보낸 뒤 세상에 나와서 먹고 살 길을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교양 때 가장 재밌게 헀었던 코딩 쪽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국비 학원에서 자바와 리액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끝나고 난 뒤 저에게 남아있었던 건 그런 개발 경험을 해봤다는 정도였을 뿐 개발자로서의 능력과 자신감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과연 어떤 회사에 지원했을 때, 그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더 배우고 싶다, 그래서 자신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생각해서 좀 더 배우고 싶어 개발자 교육과정을 찾아 다녔습니다. 삼성 ssafy에도 지원해보고, 우아한테크코스 프리코스도 진행해 보았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최종 코딩테스트까지 보고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아,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건가?'하고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나 자신에게 더 이상 포기하라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한 번 크게 도망친 적이 있었으니까. 또 어디로 도망갈건데? 도망치는 것에서 도망치자고. 끝까지 해보자고.

 

그러던 중에 알게 된 것이 크래프톤 정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취업 목적의 커리큘럼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들과 5개월 동안 기숙사에서 합숙을 해야 한다는 게 저한테 있어서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저는 여태껏 누군가와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함께 지내는 것과는 반대편에 선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볼수록, 곱씹어 볼수록 이 과정이야말로 나에게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들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정글 크래프톤을 정확히 그런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원서를 내고, 입학 시험을 보고, 또 면접을 보게 되었었는데, 마지막에 크래프톤 정글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정말 기뻤던 것 같습니다.

 

 

정글의 도착점에 서게 될 때까지

저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상태입니다. 들어오자마자 새로 만난 팀원들과 3박 4일동안 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 정글은 이런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코치님들의 개입이 정말 없다시피 한 걸 보면서 코치님들은 정말 환경을 제공해주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계시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내가 제일 잘 하는 게 오히려 바로 이런 자유로운 환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내가 뭘 어떻게 공부할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했고, 대학 공부도 당연히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죠.

 

다만 이제껏 대한민국의 교육방식이 으레 그렇듯이 남을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글귀를 보았는데 그게 참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남에게 관심받기 위해서는 남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남에게 도움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남을 도와야 하고. 그렇다면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글에 오기 전 정글 지원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각 단계의 큰 그림과 나름대로의 노하우들을 담아 '로드 투 정글'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도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결과물 중 하나였습니다.

 

아무리 이 세상이 각박하고 차가운 면만 보이는 것 같아도, 결국에는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남과 잘 소통하고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정글은 컴퓨터 공학적인 기본 지식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같은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기숙사라는 곳에서 같이 먹고 자며 생활하니까요.

 

5개월 간 정글에서 먹고 자며 배우는 동안 저는 처음에 목표로 했던 스스로에게 자신 있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목표로 해야 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남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배웠던 것들에 대한 내용들의 핵심을 추려서 남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로 남겨놓고 싶습니다. 그러고 난 뒤에 나중에 정글의 도착점에 서서 처음 이 글을 썼던 날을 회상하면서 즐겁게 이 때를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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