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를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얼마 전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를 하다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사기를 당한 물품은 10만원짜리 게임 기프트카드였는데요. 글쎄 그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냐구요? 당연히 의심했습니다. 계좌를 받고 나서 계좌 이름이랑 계좌번호 모두 더치트나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샅샅이 뒤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돈을 보냈습니다. 이전에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서 정상적으로 구매했던 경험, 그리고 그 물건이 당장 필요하다는 간절함이 '이 사람이 사기를 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헛된 믿음을 갖게 했던 거지요. 그리고 한 번 무엇인가 믿겠다고 결심하면 그걸 다시 바꾸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보란듯이 잠수 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사기를 당하고 나면 열이 정말 머리까지 뻗칩니다. 내가 왜 그랬지 하는 후회, 그리고 내가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었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요. 그렇지만 당한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사기 친 놈이 나쁜 놈입니다. 잃어버린 제 돈을 되찾는 건 힘들겠지만 저 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덜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유적금계좌인지 확인하기
제가 사기를 당하기 전 느꼈던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바로 사기꾼이 보낸 계좌가 자유적금계좌였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기존의 사기 판별 방법들(중고 거래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기 조회하기, 더치트 조회하기, 가입날짜와 게시글 확인하기 등등..)이 유효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방법들에 걸리면 확실한 사기임이 분명하니 그 선에서 사기구나 하고 피하겠지요.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조회 방법들에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먼지 한 톨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다 새로 파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계정도 새로 파고, 계좌도 새로 파고. 이름도 아마 본인 이름이 아닐 겁니다.(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명의일까요?) 바로 이 점 때문에 신고해봤자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잡기도 어렵고, 사기 조회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오히려 사기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져다 줍니다. 사기꾼들은 이 점 또한 노리는 것이죠.
그리고 '새로 판다'라는 점에서 거래하는 계정의 처음 작성한 글이 비교적 최근이라면 제일 처음 사기를 의심해 보아야 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 내가 엄한 사람 의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1g이라도 남아있다면 한 가지 방법을 더 사용해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제가 발견했던 이상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사기꾼 계좌가 자유적금계좌였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유적금계좌. 쳐 보면 사기에 악용되니 조심하라는 글이 작년 4월 달에 떠 있습니다. 신규 계좌 개설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수의 통장을 새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더치트 같은 사기 조회에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새로 만든 계좌번호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유적금계좌를 이용해서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확실히 사기를 확정지을 수 있는 단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이 잘 찾아보면 떡하니 있습니다만, 말 그대로 잘 찾아봐야 합니다. 아무리 자유적금계좌를 이용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만 이런 수법, 자유적금계좌라는 존재 자체를 모른다면 사기 조회에 걸리지 않는 계좌 번호를 의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기꾼들이 바로 이런 점들을 노리는 것이고요.
하나라도 의심되면 피해라
사실 저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해당 통장이 자유적금계좌라는 것을 알았을 때 사기를 직감하고 거래를 종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막상 본인이 그 물건이 당장 필요한 상태이고, 무엇보다도 옛날에 다른 판매자와 같은 물건을 정상적으로 거래했던 경험이 있다면 '에이, 아니겠지' 하면서 넘어가게 됩니다. 사람 본성이 낯선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기본값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인생을 살아가면 정상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사람을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방금은 그렇게 하면 인생을 살아가기가 힘들어진다면서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인생 전체가 아니라 '중고 거래 사이트를 이용할 때'만큼은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면서 직거래 사기가 어디서 많이 일어날까요? 슈퍼마켓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샀는데 산 물건을 주지 않고 잠수를 타지는 않겠죠. 일단 물건이 바로 내 눈 앞에 있기도 하고요. 직거래 사기는 바로 중고나라 같은 얼굴 부대끼지 않는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안심거래 같은 기능들도 사기를 막고자 생긴 기능입니다만,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모두 번거롭고 수수료도 떼가기 때문에 잘 선호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고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AND판단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기꾼이 아니다.'를 결론적인 판단으로써 참으로 놓아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이상한 점(거짓)을 발견했지만 이상하지 않은 점들(참이 되는 사실들. 여기서는 계좌 번호가 사기 조회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 있다면 결국엔 그 사람을 믿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것은 OR판단(모든 조건 중 하나라도 참이라면 결론이 참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낯선 사람을 판단하는 기본값이지요. 그런데 중고거래에 있어서는 이를 반대로 해야 합니다. 단 한 가지라도 의심되는 점이 있다면 그 사람을 사기꾼이라고 결론지어야 합니다. AND판단(모든 조건이 모두 참이어야 참이 되는 것. 거짓이 하나라도 있으면 결론은 거짓, 즉 '사기꾼이다'가 됩니다.)을 내려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내가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할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마치면서
어쩌면 중고거래 사기를 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고거래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근데 이 말은 '사기 당한 놈이 잘못이지'와 맞먹는 정말 무책임한 소리입니다. 이 세상에 새 거 안 쓰고 중고 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사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가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서일 겁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려면 가장 첫 번째로 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 사기꾼들은 모든 사기꾼의 조건을 만족하고 '나 사기꾼입니다' 하고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 두가지 이상한 점들은 있지만 나머지 것들은 놀랍도록 정상적이죠. 사기꾼을 판단하는 사기 계좌 조회가 깨끗하게 나와 도리어 사기꾼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의심하고 또 의심하시길 바랍니다.
'자유적금계좌인지 확인하기', '단 한 가지라도 의심되면 사기라고 간주하기' 이 두 가지만 알고 가셔도 이 글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끊임없이 의심하셔서 보다 안전한 중고 거래를 통해 현명한 소비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5.02.23 추가) 위의 자유적금계좌 체계를 이용해서 자유적금계좌 조회 사이트를 만들어 보았는데요. 해당 사이트에서 자유적금계좌 여부를 편리하게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중고거래하시기 전 꼭 한 번 검색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just-live28.github.io/scam_account_search_site/
자유적금계좌 조회
just-live28.github.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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