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를 쉬어야 하는 이유

처음 정글에 들어올 때의 나는 어땠나? 뭔가 열정도 넘치고, 배울 의지도 불타고,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간절하게 임했고. 그래, 간절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때에도 이미 주말 하루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아침 10시부터 저녁 11시까지 공식적인 학습 시간인 정글의 하루하루는 결코 녹록지 않다.

이 최소한의 휴식이 없다면 당장은 괜찮아도, 점점 학습 능률이 떨어지고 그 유명한 번아웃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주동안 주말 하루를 쉬었는데, 어느날 코치님의 더 치열하고 간절해야 한다는 명강연을 듣고 나서는 정말 필요할 때 나가는 주(머리 자르기, 병원 진료) 하루를 제외하고 아예 안 쉬는 주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요즈음에 와서는 다시 주에 하루씩 나가서 쉬고 있는데, 그냥 하루하루가 계속될수록 점점 힘들어져서 그걸 풀려고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뭐가 힘든지를 몰랐다. 그냥 힘들었다. 그래서 그걸 정의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 실체가 없는 힘듦을 쌓다 보니 관성적으로 쉬게 되었다.

이번 주는 병원 진료받는 주이기도 했기에 겸사겸사 집에 들러 가족들도 만나고, 집 앞 공원의 풍경도 보고, 코인노래방도 갔다. 그렇게 한창 여러 노래들을 부르다가, '말하는대로'라는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힘든게 맞나?'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내 자신을

나는 항상 이 부분을 부르면서 울컥하는 감정이 들곤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게 정말 미친 듯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하루종일 코딩에 매달리는 그런 삶. 스스로 고난의 길을 가는 순례자 같아서 뭔가 멋있기도 하고.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그런데 노래가 이 부분을 지나갔을 때, 내가 과연 힘들었던 시절 나의 20대를 보내고 있는 건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였다.

밥도 식당에서 하루 두 끼 잘 나오고, 신축 기숙사에서 잠도 하루 8시간 푹 잘 자고, 에어컨도 잘 나오는 쾌적한 교육장에서 하루종일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

이런 생각을 하면 왠지 즐겁다. 그리고 내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하게 된다. 사실 나는 이 과분한 환경 속에서 실체가 없는 힘듦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번 한 주를 정말 즐겁게 보내야겠다 다짐해본다.

결국 일주일에 하루를 쉬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주간 쌓인 정신적인 피로를 푸는 목적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다음 한 주 동안 고통스럽고 힘든 나날을 이겨내는 순례자가 아니라, 최고의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는 즐거운 탐구자로 탈바꿈하기 위함이다.

이미 순례자의 삶을 걷고 있다면, 단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해보자. 놀고 먹어도 좋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도 좋고.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돌아가자. 다만 끔찍한 표정으로 부대로 휴가 복귀하는 군인이 아니라, 즐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최고의 환경으로 성장하러 가는 개발자가 되자. 그러고 나서 한 주를 더 간절하게 살자. 치열하게 살자.